2020.11.07 11:44
북가주에 제가 졸업한 장로회신학대학교 동문목사님들이 여러분 계십니다. 동문회가 하는 일은 특별히 없습니다. 1년에 한번 만나서 회장뽑고 식사하면서 안부를 묻는 정도입니다. 동문회장에 대해서 특별히 기대하는 바도 없고, 다음 총회때까지 직함만 잘 간직하고 있으면 됩니다. 명목상의 회장일 뿐이죠.
졸업기수대로 내려가며 동문회장을 한 해동안 담당합니다. 저도 제 순서가 되었을 때, 동문회장으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다음 회장을 뽑고 나니 너무 죄스럽고 쑥스럽습니다. 선배님 한 분이 저를 보시더니, 반갑게 인사하십니다.
"김목사, 한 해동안 수고 많았어."
"목사님, 아시면서 놀리지 마세요. 한 것도 없는데요."
"김목사, 한 것도 없이 자리지키는게 쉬운 줄 알아? 수고했어."
이 얘기를 듣고 한참 웃었습니다. 한 일도 없이 자리지킨 것도 일은 일이었습니다. 회장 못 하겠다고 도망가지는 않았으니까요.
다시 생각해보니, 그 선배목사님의 말씀이 참 맞습니다. 때로는 내가 쓸모없다고 느껴지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 부담감을 이기고 자리를 지키는 것도 의미있는 일입니다. 최소한 도망은 치지 않았으니까요.
가만히 있는 것도 아주 큰 재주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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