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나를 평화의 도구로 사용하소서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학교 근처에 자주 가던 조용한 카페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름이 참 특이했는데, 바로 “에이레네”였습니다. 처음에는 발음도 어려웠지만, 뜻을 알고 나니 참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에이레네”는 헬라어로 ‘평화’를 뜻합니다. 복잡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그 카페에 들어가면 왠지 마음이 차분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이름처럼 ‘평화’가 머무는 공간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평화를 원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작은 말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 받고, 갈등은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되곤 합니다. 그럴 때 저는 성 프란시스의 기도를 떠올립니다. “주님, 나를 평화의 도구로 사용하소서.” 우리는 세상의 피스메이커(Peacemaker)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앞세우면서도 관계를 깨뜨리고 상처를 주는 트러블메이커(Troublemaker)가 되어선 안 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안에 평화가 있을까요? 답은 분명합니다. 예수님을 마음에 모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평화의 왕이십니다. 그분이 내 마음에 오시면, 막연한 불안과 염려가 물러가고, 하나님의 돌보심 안에서 오는 깊은 평안을 누릴 수 있습니다. 평화는 상황이 아니라 마음에서 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마음에 함께 하시면, 어떤 상황 속에서도 평안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마음의 평화를 통하여,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도 주십니다.
예수님은 억울한 십자가를 감당하심으로 세상의 평화를 이루셨습니다. 그분은 먼저 손을 내미셨고, 먼저 용서하셨으며, 먼저 희생하셨습니다. 평화는 언제나 누군가의 손해와 희생 위에 세워집니다. 그 희생을 감당하는 사람을 주님은 귀하게 여기십니다. 주님을 닮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세상은 너무 시끄럽습니다. ICE 반대 시위로 미국 곳곳이 소란스럽고,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은 세계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3년 넘게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주님의 평화가 우리에게, 그리고 이 땅 가운데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오늘도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오늘도 우리를 평화의 도구로 사용해주소서. 우리의 말이 평화를 낳게 하시고, 우리의 행동이 갈등을 잠재우게 하소서. 내 안에 먼저 예수님의 평화가 넘치게 하소서. 그래서 우리가 가는 곳마다 그 평화가 흘러가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