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왕
이스라엘은 한때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로마는 유대를 직접 다스리기보다, 에돔 출신의 헤롯을 중간 통치자로 세웠습니다. 그는 로마 황제의 뜻을 따르며 유대 지역을 다스리는 총독이었지만, 형식적으로는 “유대인의 왕”이라는 칭호를 받았습니다. 유대인들은 에돔 사람이 자신들을 다스리는 것에 마음이 상했지만, 헤롯은 정치적 수완이 뛰어나 유대인들의 불만을 무마하려 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예루살렘 성전 재건이었습니다. 그는 유대 민족의 오랜 염원이었던 성전을 화려하게 재건함으로써 민심을 얻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그 동기는 신앙적이기보다는 정치적인 것이었습니다.
마태복음 2장을 보면, 동방박사들이 예루살렘에 도착하여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냐”고 묻습니다. 그 말을 들은 헤롯은 크게 동요하였습니다. 자신이 간신히 붙잡고 있던 왕권이 위협받는다고 느낀 것입니다. 결국 그는 베들레헴과 그 인근 지역의 두 살 이하 남자아이들을 학살하는 끔찍한 만행을 저지릅니다. 이는 한 아이를 죽이기 위한 일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킨 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이유 역시 “유대인의 왕”이라는 죄명 때문이었습니다. 빌라도는 예수님의 머리 위에 “유대인의 왕”이라 쓴 죄패를 붙였습니다. 당시 유대 종교지도자들은 그 표현을 고치라고 요구했지만, 빌라도는 “내가 쓸 것을 썼다”고 거절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조롱하려고 붙인 그 문구는 예수님의 참된 정체를 드러내는 고백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단지 유대의 왕이 아니라, 온 인류의 왕으로서 십자가 위에서 자신의 나라를 선포하신 것입니다.
헤롯은 죽이면서 왕이 되려 했고, 예수님께서는 죽으심으로 왕이 되셨습니다. 참된 왕은 생명을 빼앗는 자가 아니라, 생명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과연 누구의 통치를 따르고 있습니까? 세상의 권력과 안정에 기대는 헤롯의 왕국입니까, 아니면 십자가의 주님이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나라입니까? 오늘도 참된 왕이신 예수님 앞에 무릎 꿇고 그분의 통치를 받아들이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